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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3.01 3·1운동 80주년 3‧1정신 현창 선언문

3·1운동 80주년 3‧1정신 현창 선언문

 

우리는 오늘, 새 하늘 새 땅에 사람과 만물이 함께 새로워질 것을 선언한다. 이로써 국내외의 모든 동포에게 알리어 민족통일을 이룩하며, 이로써 인류 공동체와 세계에 나아갈 바를 제시하여, 인간의 아름다운 심성(心性)이 밝게 드러나고 정의와 진리와 사랑 가득한 지상낙원을 가꾸어 나가려고 한다.

 

80년 전 오늘, 우리 겨레는 한뜻으로 하나 되어 우리나라의 독립국임과 우리 민족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며 시대의 양심을 일깨웠다. 그것은 안으로 빛나는 반 만년 역사와 그 속에 깃든 민족사상의 원형을 계승하려는 것이며, 밖으로는 세계 모든 민족과 더불어 인류 문화를 발전시키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었다. 우리는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3·1운동으로 조국의 광복을 이룩하였으며, 마침내는 자주 독립운동의 등불이 되어 세계 역사 발전에 이바지하였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선열의 밝은 슬기와 큰 사랑 그리고 정의로운 의지가 담긴 3‧1정신은 날이 갈수록 잊혀져왔다.

 

돌아보라! 지금 우리는, 정의와 윤리보다 불의의 탐욕이, 관용과 화합보다 갈등이, 이해와 포용보다 반목과 질시가 비등하는 몰염치와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무한 경쟁과 빈부 격차, 군비 경쟁과 전쟁 위협, 획일주의와 공동체성 상실, 인간의 존엄과 천지의 조화를 무시하는 생태계 파괴의 질곡에 신음하고 있다. 오늘 우리의 시련은 심전(心田)의 계발과 생명의 근원을 향한 명상을 게을리하고, 몸과 마음, 정신과 물질의 조화를 잃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의 세계가 인간의 존엄과 경건함을 잃은 것은 우리의 기도가 한결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천만 이산가족의 피맺힌 한을 풀어내고 갈라진 남북을 통일하려 하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도덕성 상실을 막아내고 갈수록 박약해지는 충효애경(忠孝愛敬)의 심성을 되찾으려 하면, 곧 깊어지는 망상적 지역감정을 타파하고 참된 민주 자치를 실현하려 하면, 당리정략에 집착하는 정계를 쇄신하고 국리민복의 덕치(德治)를 실현하려 하면, 수많은 동포가 굶주림에 허덕이며 일터와 삶의 희망을 잃고 헤매도는 경제상황을 타개하고 호혜균등의 신시장을 구축하려 하면, 자기의 편익을 위해 생태계를 파손하여 자연환경을 헤치는 이들을 깨우치고, 퇴폐한 문화와 이기주의를 제거하며, 무력과 경제력으로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여 약소국의 고통을 외면하는 강대국의 횡포와 몰인정을 각성시켜, 세계 평화와 인류의 공존공영, 뭇 생령과 만물이 조화롭게 공생하는 새 세상, 새 문명을 맞이하려 하면, 3·1정신으로 그날처럼 하나 되자!

 

보라! 세계 사상 유례 없이 종교인들이 한뜻으로 하나 된 그 날의 장염한 물결이 다시 일어난다. 인류를 향해 투사(投射)하던 그 찬연한 빛살이 살아난다. 그 물결에 합류하고 그 빛살을 따라가면, 사람과 만물이 새롭게 어우러지는 새 세상이 펼쳐진다.

 

칠천만 겨레여, 모든 생령(生靈)과 더불어 함께 나가자!

내 안의 생명과 영성을 깨달아 새 사람으로 거듭 나자!

내 속에 깃든 우주와 그 우주를 새로이 창조할 나를 깨달아, 드넓게 열린 우주적 주체로 거듭 나자!

마침내, 인간만이 아니라 이 세상 초목군생(草木群生)과 일월성신(日月星辰)이 우리에게 베푸는 은덕을 깨달아, 이를 사랑하고, 이와 소통하고 이를 감화시키는 접화군생(接化群生)의 신천지를 이루어 가자!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온다. 모순의 시대가 가고 진리의 시대가 온다. 물질의 시대가 가고 생명의 시대가 온다. 이것은 사람의 뜻과 하늘의 뜻이 하나 됨이며, 하늘과 땅과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본디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인간을 지향하는 겨레이며, 세상이 생명 그 자체임을 알아서, 그 이치로 하늘과 땅과 그 사이 만물이 상생하는 새 세상을 구현하려는 이상을 가진 민족이다. 이제 그 본성을 회복하려는 지금, 한걸음 한걸음이 어찌 조심스럽지 않으며, 새 소리 하나, 바람 한 자락이 어찌 소중하지 않으랴!

 

오늘부터 온 인류와 뭇 생명이 살아갈 세상은 어제의 하늘과 땅이 아니다. 생명을 키우는 밝은 하늘이요, 어머니와 같이 풍요롭고 경건한 땅이요, 하늘과 땅을 제 안에 품은 태양같이 크고 밝은 사람이다.

민족통일의 유일한 길이 여기에 있다.

인류와 역사가 나아갈 새로운 문명이 여기에 있다.

 

아, 80년 전 오늘, 3‧1정신으로 한겨례 전체가 합류하던 장관이 다시금 펼쳐진다.

그 물결이 이루는 통일 조국의 큰 바다가 출렁인다. 그 바다는 새로운 세상, 생명의 근원이 되리니, 그 바다 위로 비치는 밝은 빛을 보라. 그 빛 안에 펼쳐지는 신천지를 보라.

 

이제, 새 하늘 새 땅 새 사랑의 시대다.

칠천만 겨레여! 3·1정신으로 그날처럼 하나 되자.

 

우리의 세 가지 다짐

 

하나, 오늘의 선언으로 우리는 영성 깊은 인간으로 접화군생하는 우주적 주최로 거듭난다.

하나, 오늘 우리의 선언은 조국 통일과 세계 평화를 이룰 때까지 성심으로 지극 정진한다.

하나, 오늘 우리의 선언으로 모든 종교인이 한마음을 이루었으므로, 새 세상을 향하여 순일하게 나아간다.

 

3‧1운동 80주년 기묘(1999년) 3월 1일

 

(사)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지덕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고산

원불교 교정원장 조정근

성균관장 최창규

천도교 교령 김광욱

한국천주교회의 의장 정진석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한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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