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주년 3·1 절을 맞이하여
- 정신과 물질이 조화된 갱신운동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자 -
79년 전, 우리의 선조들은 주권을 빼앗기고 존망의 위기에 빠진 국가와 민족을 구하기 위해 생사를 초월한 채 분연히 봉기하였습니다. 지역, 계층, 종교를 초월하여 전 민족이 하나가 되었고, 여기에는 남녀노소가 구별이 없었으며, 또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우리는 우리의 자주독립 의지를 세계 만방에 현양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족적 성원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독립운동을 전개하여 결국 주권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어떠합니까? 그 어렵고 참담한 시기, 선열들의 고귀한 피로서 지켜온 우리의 강토는 남북으로 잘리운 채 서로 갈등과 대립을 벌이면서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쪽은 아직도 국민들의 기본적인 욕구도 충족시켜 주지 못한 채, 전쟁 준비와 체제 유지에만 급급하고 있으며, 남쪽은 어설픈 경제정책으로 선진국의 환상에 젖어 있다가 급기야 IMF의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선열들을 뵙기가 부끄러운 작금의 현실이지만 언제까지 좌절할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비록 때늦기는 하였지만 이제 전국 곳곳에서 뜻있는 많은 분들에 의해 나라 살리기 운동이 움트고 있습니다. 분수에 넘치던 사치, 과소비를 자제하고 근검절약에 앞장서기 시작했습니다. 남녀노소 불구하고 금 모으기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 어려운 시기에도 오히려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증가하였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들의 저력과 뜨거운 동포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최악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첩첩이 쌓여 있으며 감내해야 할 수많은 고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민족통일이라는 절대절명의 숙제를 안고 있는 우리로서는 단순한 위기극복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위기는 동시에 기회라고 하였듯이 이번 위기를 계기로 우리 경제의 체질과 불합리한 제도를 개혁하여 재도약의 전기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개혁이고 정신개혁입니다. 아무리 좋은 법률이나 제도와 시설이 만들어진다 할지라도 정신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위기는 언제나 재연될 것입니다.
이에 우리 종교지도자들은 21세기 통일한국과 문화 복지국가를 준비하기 위한 참다운 인간화 운동을 전개함에 있어 다음과 같이 다짐하고자 합니다.
1. 우리는 작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을 적극 지지하며 전 종교계가 합심하여 이를 지원하겠습니다.
2. 우리는 민족통일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절대절명의 과제임을 재확인하고자 하며 남북 간의 화해·교류협력 및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앞장서겠습니다.
3. 우리는 21세기 세계 정신문화를 주도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정신개혁운동을 전개하고자 하며, 이에 전 국민의 참여를 호소합니다.
1998년 2월 28일
(사)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의장 송월주(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 총무원장)
공동대표 김재중(천도교 교령)
조정근(원불교 교정원장)
지덕(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최근덕(성균관 관장)
한양원(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