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국민 호소문
“언제까지 남의 탓만 하렵니까?”
지금 우리는 사실상 국가 부도사태라는 중차대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 이후 온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루어 냈던 경제부국의 꿈이 일순간에 사라져 버릴 위기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선진국에의 섣부른 환상이 불러일으킨 사치, 과소비와 기업들의 방만한 경영, 밀실 및 관치행정, 소모적 정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우리 경제의 이러한 어려움을 외면한 채 무책임하고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일관하여 자율적 구조조정 기회를 상실하였고 결국 우리나라를 주요경제정책에 있어서 IMF의 간섭을 받는 '경제관리국가'로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사태가 이 지경으로까지 악화된 가장 큰 책임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경제계에 있겠지만 일반 국민들이나 우리 종교계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이제 위기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한 전 국민적 동참과 정신개혁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실망과 좌절 속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하루빨리 작금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낙후된 경제구조와 운용방식을 개선하여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투명한 금융제도를 통해 산업자금 지원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여야 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태를 맞이하는 우리 국민들의 자세입니다. 자신의 허물은 덮어두고 남의 탓만 앞세운 채 불평만 일삼는다면 결코 위기는 극복될 수 없습니다. 과거 외세의 침입 시 온 나라가 하나로 단결하였듯이 이제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나라를 사랑하고 이웃을 존중하며 근검‧절약하는 우리 국민정신을 되찾아야 합니다. 정신이 살지 않고는 경제가 회복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 종교인들은 현 국가 위기사태에 대하여 정부와 경제계를 포함한 전 국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하고자 합니다.
이상과 같은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우리 종교인들은 근검‧절약, 불합리한 관행 개선에 솔선수범하는 한편, 민족정기회복을 위한 범국민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국민화합을 이끌어 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자 합니다.
1997년 12월 16일
천주교서울대교구 교구장 김수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송월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최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김홍수
유도회중앙회 회장 최근덕
원불교 교정 원장 조정근
천도교 교령 김재중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한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