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종교계의 입장
정부와 여당은 사학비리 근절을 명분으로 사학법인의 학교운영권을 평교원들에게 넘겨주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립학교는 사인이 자기 주도에 의해 사유재산으로 학교를 세우고 각자의 신념과 교육법에 따라 교육을 실시하여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제도로서 설립자의 자율운영권 보장이 목표달성의 필수요건이다. 이는 민주적 교육이념의 당연한 발로로써 우리 헌법이 밝히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한 기둥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부와 여당은 일부 사학의 비리를 빌미로 사학제도의 근본을 뒤흔들 법개정을 강행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종교계는 여명기로부터 일제 식민지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는 동안 많은 사립학교를 세워 훌륭한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민족사의 발전을 선도해 왔음을 자부한다. 국가의 주권을 잃고 혹독한 시련을 겪던 시대에도 우리 사립학교는 견디기 힘든 고통의 가시밭길을 헤치며 건학의 정신과 전통을 이어왔다.
작금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대로 사학의 운영 주체를 바꾸는 것은 곧 사학제도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이며 우리나라의 사학을 이끌어온 종립학교의 건학이념을 구현할 길을 봉쇄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사학을 위하여 사재를 희사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사학운영을 위하여 희생을 감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 결말은 사학쇠퇴로 나타날 것이 자명하다. 이는 국가백년대계를 포기하는 것이며 나아가 자유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으로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이에 사단법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를 구성하는 우리 7개 종단대표들은 사립학교법 개악 추진에 대해 심각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종교계의 입장과 요구를 천명한다.
첫째, 일부 사학비리를 이유로 사학재단의 학교운영권을 빼앗는 교육법 개정을 중단하라
둘째, 사립학교들이 자유롭게 건학이념을 구현하고, 교육법에 따른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셋째, 사학비리가 있다면 법에 따라 엄벌하라.
넷째, 만약 이상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때는 우리 종단들은 총단결하여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
2004년 8월 17일
사단법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의장 법장(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공동대표 길자연(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공동대표 최기산(천주교 주교)
공동대표 이혜정(원불교 교정원장)
공동대표 최근덕(성균관장)
공동대표 이철기(천도교 교령)
공동대표 한양원(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