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복무규율·형사법 개정에 관한 우리의 견해
1. 국방부는 4월 17일 "군인복무규율에 명시된 입영선서와 임관 선서문 속의 '민족'이란 단어를 '국민'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군 입대자와 장교 임관자는 "나는 대한민국의 군인으로서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고⋯"로 시작하는 선서문을 낭독하며 선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선서문에 있는 '민족'이란 말이 앞으로 다문화 입영자가 늘어나는 사회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국민'으로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다. 향후 탈북자도 입영시킬 계획이라고 하니 이 문제에 더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자 한다.
가. 우리에게는 삼국시대, 고려(高麗)시대 이래로 중국, 베트남, 인도, 일본, 아라비아, 위글(回紇), 유구(硫球) 몽골, 러시아 등 수많은 이국인(異國人)이 도래(渡來)해서 함께 살았고, 하나의 문화를 만들며 살았다. 이러한 역사를 걸쳐 우리는 같은 민족으로 하나 되어 살아왔다. 때문에 ‘민족’을 국민’으로 바꾸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다문화 가족들을 우리 민족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단지 한 영토에서 사는 사람들로 대하려는 것이다.
나. 국가의 근본적인 역할인 국토방위를 수행하는 이들의 뜻과 의지를 다지는 선서를 국민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족’이란 단어를 바꾸는 것이 오랜 전통과 민족문화를 전승하고 지켜온 우리 국민들 정서에 부합하는 지도 면밀한 검토와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한다.
다. 우리의 통일이란 타 민족 타 국가가 아닌 우리 민족통일 우리 국토통일을 이룩하자는 것인데, 민족의 공동체 의식에 기초하지 않은 통일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왜 통일을 간절히 원하는가? 북쪽에 민족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동포들이 왜 조국을 그토록 그리워하는가? 조국에 민족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우리는 대한민국 군인의 선서문 속에 있는 <민족>이란 말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으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방부는 더 이상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2. 작금(昨今)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의하면 법무부장관 자문기구인 형사법개정특위에서 가중처벌 「존속살해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는 통탄할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가. 우리의 효문화(孝文化)는 자생적(自生的) 민족 전통윤리로 옛부터 주변 민족들이 우리를 예의(禮義)의 나라라고 칭송해 왔었다. 따라서 효문화는 우리 민족 정체성의 중심 윤리이다. 효문화는 가정 윤리인 동시에 사회 질서의 도덕적 배경이기도 하다.
나. 일부 법학자들은 이 조항이 평등권을 해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평등이라는 말의 뜻을 전혀 모른 채 견강부회(牽强附會)하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다르게 태어나고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 다름(差異)을 인정하고 적의(適宜)하게 조정(調整)하는 것이 평등이다.
다. 우리는 이 조항이 예비적 교육적 효과도 내포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패륜범죄(悖倫犯罪)가 폭증(暴增)하고 있는 터에 기존의 조항마저 없애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고, 더구나 서구의 법사상을 맹종(盲從)한다는 조소(嘲笑)도 받게 될 것이다.
이상 우리 종교인 대표 일동은 두 사안(事案)에 대해 견해를 밝히면서 관계 당국의 깊은 성찰(省察)과 지혜로운 결정을 기대하는 바이다.
2011년 4월 26일
(사)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의장 자승(조계종 총무원장)
공동대표 대행(한국기독교총연합회)
김희중(천주교. 대주교)
김주원(원불교. 교정원장)
최근덕(유교, 성균관 관장)
임운길(천도교, 교령)
한양원(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